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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선 할아부지의 똘감나무
  • 입상자명 : 김철
  • 입상회차 : 1회
  • 소속 : 일반부
  • 장르 : 일반부 시·수필
텃밭아래 좁은 길옆 어울리지 않게 밑둥이 큰 똘감나무가 있었다. 15촉 방울 전구를 켜놓은 듯 빛나는 그 열매를 똘감나무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쉼 없이 내어놓았을 것이다. 지나는 사람들은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앉은 똘감나무라며 한마디씩 했지만 그 똘감나무는 어딘지 우리 할아부지를 닮았었다. 그를 만지면 지난 수백 년이 단번에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. 순간에 밀려드는 수백 년이 할아부지에게 전이된 맥박이었음을, 그리고 나의 박동임을 그땐 알지 못했다. 늦봄, 소꼴을 베고 돌아오는 할아부지의 망태엔 혹시나 깨어질세라 호박잎에 곱게 싸놓은 때왈이 있었다. 똘감나무는 꼭 그 때왈을 내어놓는 우리 할아부지의 갈라진 손 같았다. 나무를 만지면 그렇게 할아부지가 만져졌다. 길을 넓혀야 한다는 동네 이장과 한바탕 일을 치르고 난 후 똘감나무 등걸에 손을 대고선 한참을 무어라 중얼거리던 할아부지는 땅을 뚫고 오른 묵직한 감나무 뿌리에 앉아 곰방대를 물었다. 곰방대의 끝은 금새 벌개졌다. “이놈 씨받이라도 해놔야 헐턴디” 이듬해 봄, 할아부지는 몇 그루의 연한 감나무 순을 틔워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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